변화는 현대 사회의 경구와도 같다. '변하지 않는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성경의 '서로 사랑하라'는 말보다도 유명한 현대사회의 제 1 격언이다. 이 격언을 한국적으로 번안하자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 있다. '마누라,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 이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말만큼이나 우리는 빠르게 변하고 있을까?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1가지>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세탁기의 등장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야 '속도지상주의'에 빠져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변화의 속도를 느낀 것은 그 당시가 지금보다는 더 빠를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메일 없으면 전화로 하면 될 것이고 스마트폰 없어 카카오톡 못하면 문자메시지 보내면 된다. 그만큼 변화한 기술이 없다고 해서 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최신 기술이 더 효율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최신 기술의 보급 및 활용이 그다지 잘 이뤄지지는 않는 모양새니 세탁기의 등장 당시만큼이나 혁명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는게 맞는 것이다. 이처럼 변하라는 말은 쉽지만 막상 변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겉 껍데기가 변할 수는 있지만, 생활 자체, 본질을 바꾸는 변화는 아직까지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흔히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그의 사망 소식 자체가 사회에 이만큼이나 파장을 불러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다들 외쳐대는 변화를, 말하기보다는 결과물로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변화와 혁신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우리는 혁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변해야 한다.'고 정치인들은 늘 말한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무노조 경영방침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세상의 흐름에 맞춰서 변화하라는 그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굳이 변하지 않아도 그들은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변화를 결정하는 순간 엄청난 리스크를 각오해야 한다.
물론 삼성전자의 약진은 분명히 그 엄청난 리스크를 극복하고 만들어낸 성과다. 삼성이 반도체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이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동승했다면 삼성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였을 것이고 우리나라에 갤럭시가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갤럭시의 성능 문제는 둘째치고, 일단 그만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지배 이후 삼성전자의 행보, 특히 국내 행보를 돌아본다면 그들이 외쳐대는 변화가 단지 그들의 성과를 신화로 포장하는 포장지였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수많은 아이템 중 하나라는 휴대폰은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독점적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애니콜을 써봤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에서 쓰인 애니콜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컬러로 변한 화면, 터치로 변한 버튼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이 과연 당신의 일상에 어떤 도움이라도 됐던가? 도리어 터치는 오타제조기가 될 뿐이었다. 물론 컬러로 변한 화면은 DMB를 불러와 어디서든 TV를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했지만, 그마저도 실생활에 쓰이는 이어폰이 아닌 이상한 번들 이어폰을 사용해야만 공공장소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홀로 TV를 볼 수 있게 했다. 삼성은 당시 국내 시장이 외산폰에게는 닫혀 있었다는 점을 이용해 큰 변화 없는 휴대폰을 여럿 내놨다. 그것은 삼성 입장에서는, 특히나 편하게 회사를 운영하려는 오너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는 못한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삼성 =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라는 신화가 깨지고 있는 판국에서 말이다. 결국 한국에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혁신의 상징'이자 '일류 휴대폰 제조업체'라는 삼성의 아성은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폰 상륙 당시 삼성이 내놓았던 옴니아 2는 그들이 얼마나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그리고 삼성은 지금 상당히 많은 기술 격차를 좁혔지만, 그들의 경쟁상대는 지금 애플이 아니라 대만 휴대폰 회사인 HTC다.(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은 아이폰이며 그 뒤를 이은 제품군이 HTC다. 삼성은 바로 그 밑이다.)
분명한 사실은 말처럼 변화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 언론에서 삼성전자에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팔러 왔을 때 삼성은 그들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처럼 앞을 내다보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이며 그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던지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말하는 대로 해왔다지만 기업 경영을 말하는 대로 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무사안일주의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울 수밖에 없다. 최고의 자리에 안주하고 싶고, 그냥 이대로만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 가질 수는 없다. 최고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자기 자리에서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 그의 혁신이 빛난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의 변화는 늘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경쟁자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봐왔다면 그의 변화와 앞서가는 발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튠스의 등장이 그렇다. 물론 퍼스널 컴퓨터처럼 mp3 플레이어를 애플이 먼저 내놓지는 않았다.(최초의 mp3플레이어는 국내기업 브랜드인 mpMan이다) 그렇지만 그는 mp3의 등장으로 인해 음악시장이 재편될 것임을 먼저 파악했다. 불법 다운로드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mp3플레이어의 본고장 한국이 디지털 음원 시장을 구축하기도 전에 잡스는 음원 시장인 아이튠스를 내놓았다. 그리고 아이튠스의 전용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이 아이팟에 시장을 내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물론 삼성과의 반도체 담합도 한몫했다. 삼성은 이렇게 애플을 막을 기회를 여럿 놓쳤다) 당시 가장 많은 음원과 포터블 미디어기기 시장을 확보한 기업은 소니였다. 그러나 소니는 자사의 플레이어와 음원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소닉스테이지와 Atrac이라는 기이한 포맷을 만들며 mp3위주를 선호하던 소비자의 시선에서 멀어졌고 아이팟에게 패권을 내줬다.
결국 그의 변화는 옳았음이 증명됐다. 이제 누구도 mp3플레이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팟이라고 말할 뿐이다. 다른 스마트폰이 나와도, 심지어 스마트폰의 원조는 RIM의 블랙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스마트폰의 간판 브랜드는 아이폰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이 먼저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에게 가장 먼저 '각인'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에 대중에게 다가가는 발상의 전환, 그 혁신을 잡스는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퍼스널 컴퓨터도 그랬고, 아이튠스도 그랬으며 아이폰도 그러했다. 물론 혁신의 강도는 때에 따라 다르고 시간이 갈수록 잡스만의 혁신이 그 빛을 잃을 수는 있다.(이는 벤야민이 '충격은 더 큰 충격으로 상쇄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는 늘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실용적인 혁신을 주장해온 사람이었으며 그 말을 눈으로 보여준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는 '보여지는 것'도 혁신하는 사람이었다. 혹자는 디자인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디자인은 그 제품이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애플의 제품을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단순함이다. 직관적이면서 특별하다. 그저 시선을 끌려는 일부 기업들의 제품 디자인을 보다 애플의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잡스는 산업디자인의 세계를 바꿔놨다. 누구나 말한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 말로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실제로 하는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만큼이나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그 우매한 이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을 보면, 그리고 그의 사후에서야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말이다.
굿바이, 스티브 잡스
그러기에 팬이건 아니건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속칭 '앱등이'로 불리우는 사람은 아니다. 애플 제품을 맹목적으로 구입할 만큼 경제적 여력도 안 될 뿐더러 애플 제품을 각별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한동안 아이폰 4를 썼지만, 이내 넥서스 s로 제품을 바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데스크톱은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지만 랩탑은 맥북을 사용한다. 어느 정도 애플을 쓰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애플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다른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의 혁신은 분명 그에 대한 이 글을 길게 쓸 만큼 가치있다. 그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 글을 타이핑할 수도 없었고 그가 아니었으면 내가 페이스북에 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올릴 수도 없었다. 물론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시작은 그였다. 스티브 잡스, 비록 나는 당신의 적이 만든 제품을 쓰고 있지만, 이것을 만든 당신의 적 또한 당신이 만든 길을 따라왔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이제 끊임없는 혁신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느라 불태운 육신과 지상 따위는 잊고 하늘에서 영면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만든 것들이 세탁기의 등장만큼이나, 전화의 등장만큼이나 혁신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것은 역사가 판단할 일이겠지만, 일단 지금의 나는 많이 편리하다. 그리고 세상 사는 재미가 있다. 어디서든 혼자 있을 때도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렇기에 고맙다. Goodbye Steve. Rest in Peace.
그런데, 과연 이 말만큼이나 우리는 빠르게 변하고 있을까?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1가지>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세탁기의 등장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야 '속도지상주의'에 빠져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변화의 속도를 느낀 것은 그 당시가 지금보다는 더 빠를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메일 없으면 전화로 하면 될 것이고 스마트폰 없어 카카오톡 못하면 문자메시지 보내면 된다. 그만큼 변화한 기술이 없다고 해서 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최신 기술이 더 효율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최신 기술의 보급 및 활용이 그다지 잘 이뤄지지는 않는 모양새니 세탁기의 등장 당시만큼이나 혁명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는게 맞는 것이다. 이처럼 변하라는 말은 쉽지만 막상 변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겉 껍데기가 변할 수는 있지만, 생활 자체, 본질을 바꾸는 변화는 아직까지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흔히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그의 사망 소식 자체가 사회에 이만큼이나 파장을 불러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다들 외쳐대는 변화를, 말하기보다는 결과물로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변화와 혁신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우리는 혁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변해야 한다.'고 정치인들은 늘 말한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무노조 경영방침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세상의 흐름에 맞춰서 변화하라는 그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굳이 변하지 않아도 그들은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변화를 결정하는 순간 엄청난 리스크를 각오해야 한다.
물론 삼성전자의 약진은 분명히 그 엄청난 리스크를 극복하고 만들어낸 성과다. 삼성이 반도체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이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동승했다면 삼성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였을 것이고 우리나라에 갤럭시가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갤럭시의 성능 문제는 둘째치고, 일단 그만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지배 이후 삼성전자의 행보, 특히 국내 행보를 돌아본다면 그들이 외쳐대는 변화가 단지 그들의 성과를 신화로 포장하는 포장지였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수많은 아이템 중 하나라는 휴대폰은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독점적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애니콜을 써봤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에서 쓰인 애니콜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컬러로 변한 화면, 터치로 변한 버튼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이 과연 당신의 일상에 어떤 도움이라도 됐던가? 도리어 터치는 오타제조기가 될 뿐이었다. 물론 컬러로 변한 화면은 DMB를 불러와 어디서든 TV를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했지만, 그마저도 실생활에 쓰이는 이어폰이 아닌 이상한 번들 이어폰을 사용해야만 공공장소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홀로 TV를 볼 수 있게 했다. 삼성은 당시 국내 시장이 외산폰에게는 닫혀 있었다는 점을 이용해 큰 변화 없는 휴대폰을 여럿 내놨다. 그것은 삼성 입장에서는, 특히나 편하게 회사를 운영하려는 오너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는 못한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삼성 =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라는 신화가 깨지고 있는 판국에서 말이다. 결국 한국에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혁신의 상징'이자 '일류 휴대폰 제조업체'라는 삼성의 아성은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폰 상륙 당시 삼성이 내놓았던 옴니아 2는 그들이 얼마나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그리고 삼성은 지금 상당히 많은 기술 격차를 좁혔지만, 그들의 경쟁상대는 지금 애플이 아니라 대만 휴대폰 회사인 HTC다.(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은 아이폰이며 그 뒤를 이은 제품군이 HTC다. 삼성은 바로 그 밑이다.)
분명한 사실은 말처럼 변화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 언론에서 삼성전자에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팔러 왔을 때 삼성은 그들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처럼 앞을 내다보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이며 그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던지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말하는 대로 해왔다지만 기업 경영을 말하는 대로 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무사안일주의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울 수밖에 없다. 최고의 자리에 안주하고 싶고, 그냥 이대로만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 가질 수는 없다. 최고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자기 자리에서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 그의 혁신이 빛난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의 변화는 늘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경쟁자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봐왔다면 그의 변화와 앞서가는 발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튠스의 등장이 그렇다. 물론 퍼스널 컴퓨터처럼 mp3 플레이어를 애플이 먼저 내놓지는 않았다.(최초의 mp3플레이어는 국내기업 브랜드인 mpMan이다) 그렇지만 그는 mp3의 등장으로 인해 음악시장이 재편될 것임을 먼저 파악했다. 불법 다운로드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mp3플레이어의 본고장 한국이 디지털 음원 시장을 구축하기도 전에 잡스는 음원 시장인 아이튠스를 내놓았다. 그리고 아이튠스의 전용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이 아이팟에 시장을 내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물론 삼성과의 반도체 담합도 한몫했다. 삼성은 이렇게 애플을 막을 기회를 여럿 놓쳤다) 당시 가장 많은 음원과 포터블 미디어기기 시장을 확보한 기업은 소니였다. 그러나 소니는 자사의 플레이어와 음원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소닉스테이지와 Atrac이라는 기이한 포맷을 만들며 mp3위주를 선호하던 소비자의 시선에서 멀어졌고 아이팟에게 패권을 내줬다.
결국 그의 변화는 옳았음이 증명됐다. 이제 누구도 mp3플레이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팟이라고 말할 뿐이다. 다른 스마트폰이 나와도, 심지어 스마트폰의 원조는 RIM의 블랙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스마트폰의 간판 브랜드는 아이폰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이 먼저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에게 가장 먼저 '각인'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에 대중에게 다가가는 발상의 전환, 그 혁신을 잡스는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퍼스널 컴퓨터도 그랬고, 아이튠스도 그랬으며 아이폰도 그러했다. 물론 혁신의 강도는 때에 따라 다르고 시간이 갈수록 잡스만의 혁신이 그 빛을 잃을 수는 있다.(이는 벤야민이 '충격은 더 큰 충격으로 상쇄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는 늘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실용적인 혁신을 주장해온 사람이었으며 그 말을 눈으로 보여준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는 '보여지는 것'도 혁신하는 사람이었다. 혹자는 디자인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디자인은 그 제품이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애플의 제품을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단순함이다. 직관적이면서 특별하다. 그저 시선을 끌려는 일부 기업들의 제품 디자인을 보다 애플의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잡스는 산업디자인의 세계를 바꿔놨다. 누구나 말한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 말로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실제로 하는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만큼이나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그 우매한 이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을 보면, 그리고 그의 사후에서야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말이다.
굿바이, 스티브 잡스
그러기에 팬이건 아니건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속칭 '앱등이'로 불리우는 사람은 아니다. 애플 제품을 맹목적으로 구입할 만큼 경제적 여력도 안 될 뿐더러 애플 제품을 각별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한동안 아이폰 4를 썼지만, 이내 넥서스 s로 제품을 바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데스크톱은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지만 랩탑은 맥북을 사용한다. 어느 정도 애플을 쓰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애플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다른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의 혁신은 분명 그에 대한 이 글을 길게 쓸 만큼 가치있다. 그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 글을 타이핑할 수도 없었고 그가 아니었으면 내가 페이스북에 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올릴 수도 없었다. 물론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시작은 그였다. 스티브 잡스, 비록 나는 당신의 적이 만든 제품을 쓰고 있지만, 이것을 만든 당신의 적 또한 당신이 만든 길을 따라왔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이제 끊임없는 혁신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느라 불태운 육신과 지상 따위는 잊고 하늘에서 영면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만든 것들이 세탁기의 등장만큼이나, 전화의 등장만큼이나 혁신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것은 역사가 판단할 일이겠지만, 일단 지금의 나는 많이 편리하다. 그리고 세상 사는 재미가 있다. 어디서든 혼자 있을 때도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렇기에 고맙다. Goodbye Steve.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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